“안타까운 현 시국에 참여” 시국선언
연명, 쉽지 않은 용기 내야

지난달 14일 인문대 1호관 앞에서 우리 대학 학생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을 촉구하는 시국선언을 발표하고 있다.
지난달 14일 인문대 1호관 앞에서 우리 대학 학생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을 촉구하는 시국선언을 발표하고 있다.

우리 대학 교수와 학생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을 촉구하는 시국선언에 나섰다. 지난달 6일에는 우리 대학 교수 107명이, 지난달 14일에는 우리 대학 학생 15명이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교수들이 발표한 시국선언문에는 “우리는 더 이상 침묵할 수 없다”며 “대통령 윤석열과 집권 세력은 권력을 사유화하고 국정을 농단하면서 국민을 위기로 내몰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공정하고 투명한 수사를 위해 특별검사제를 시행하여 실체적 진실을 국민 앞에 명백히 밝혀야 한다”며 “우리는 더 이상 이러한 참담한 현실을 묵과할 수 없으며, 역사 앞에 부끄럽지 않기 위하여 이 자리에서 대통령 윤석열을 탄핵한다”고 선언했다.

시국선언에 동참한 ㄱ 교수는 “말도 안 되는 행동을 하고 있는 대통령도 그렇고, 쉽게 나서거나 행동하지 않는 현 시국이 안타까워 참여하게 됐다”며 “참담한 심정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ㄴ 교수는 “행동하는 양심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민주화를 이루었던 전통을 전남대가 이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ㄴ 교수는 “인원수보다도 대통령의 대국민담화 직전에 시국선언을 하는 것이 의미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교수들은 지난 4일과 5일, 6일 오후 2시까지 온라인으로 서명을 받았다. 현재도 서명이 계속 들어오고 있으나 구체적인 수는 밝히기 어려운 상황이다. ㄱ 교수는 “이번 서명은 공개적으로 알리지 않고, 짧은 시간에 개별 연락을 통해 돌린 것으로 알고 있다”며 “현 정부가 검찰 쪽이고 해서 공식화해서 알리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것 같기도 하다”고 말했다. 현재(11월 24일 기준) 공식 기자회견 등 예정된 것은 없다.

교수들은 시국선언문에서 “자영업자와 서민들은 경제적 어려움으로 극심한 고통 속에 하루하루 겨우 버티며 살아가고 있는데, 정부는 이를 외면한 채 언론 장악 시도에만 혈안이 되어 반민주적 폭거를 자행하고 있다”며 “굴종적 한미동맹 강화와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가능성 발언은 국가의 주도권을 내팽개치고 한반도를 전쟁의 도가니로 내몰고 있으며, 일본에 대한 굴종적 외교 태도는 국익과 자주성을 무너뜨리며 국민들의 자존감마저 무참히 짓밟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학생들의 시국선언도 이어졌다. 시국선언 공동 발의자이자 사회를 맡은 박찬우(사학·22)씨는 “오늘 저희는 윤석열 대통령을 탄핵하고 더 나은 대한민국을 만들고자 하는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주 저희 대학 107명의 교수님들도 시국선언을 발표했고, 저희 학생들도 오늘 가만히 있을 수 없어 시국선언을 준비하게 되었습니다”고 말했다.

시국선언을 함께 할 학생들을 모은다는 글은 지난달 11일 에브리타임을 통해 올라왔다. 본문에서는 “윤석열 정권에 너무나 화가 나는 지금 이 시국에서 뭐라도 해야겠다 싶어 발표를 준비했습니다”라며 “지금의 분노가 혼자 느끼는 감정이 아니기에 학우들과 함께하고 싶다”고 나와 있다. 해당 게시글에는 시국선언 참여링크도 함께 첨부돼 있었다. 11월 14일 오전 9시 기준으로 시국선언에 동참한 우리 대학 학생은 총 15명이다.

박찬우씨가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을 촉구하는 시국선언을 발표하는 모습.
박찬우씨가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을 촉구하는 시국선언을 발표하는 모습.

이후 오해연(기계공학·24)씨가 시국선언문 낭독을 진행했다. 학생들은 선언문에서 “스무살의 어린 청년이 군대에서 상관의 부당한 지시로 목숨을 잃고, 이태원 길거리에서 159명의 국민들이 목숨을 잃을 동안 국가는 없었고 책임자인 윤석열 대통령은 남 탓하기에 급급하다”며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도는 17%까지 추락했으며 여당에서조차 등을 돌리고 있는 형국이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앞으로 이 나라에서 살아갈 대학생이자 청년으로서 윤석열 정권에 더 이상 우리의 미래를 맡겨놓을 수는 없다”며 “우리의 역사 속 항쟁의 맨 앞에는 늘 대학생들이 있었듯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 또한 대학생의 힘으로 더 앞당겨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선언문 낭독과 기자회견이 끝나고 시국선언문 속 표현에 대한 학우의 질문도 있었다. 국어교육과 홍준익씨는 “한미관계에 대해 종속적이라는 표현을 썼는데 그에 대한 생각이 궁금하다”고 질문했다. 이에 박씨는 “한미관계 자체가 나쁘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며 “주권 국가로서 대한민국과 미국이 동등한 관계에 위치해 있는가라는 의문점을 갖고 있고, 그러한 부분에서 여러 정권이나 세력이 미국의 말을 따르려고 하는 관점이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담겼다”고 답했다.

 

“윤석열 빨리 탄핵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참여”

시국선언에 동참한 것은 처음이라 낯설었다는 오씨는 “윤석열을 하루빨리 탄핵해야 되겠다는 마음으로 했다”고 이야기했다. 신혜선(특수교육·19)씨는 “최근 광주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3%라는 것을 보았다”며 “소수의 사람을 제외하고 거의 다 윤석열을 싫어하는 것이 지금의 민심”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남대에서 학우들의 이야기가 더 많이 나와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 같아 함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계기점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박씨는 “최대한 빨리 시국선언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어 일정을 타이트하게 잡았더니 홍보가 아쉬웠다”면서도 “참여해주신 분들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시국선언을 함께 준비한 신씨도 “시국선언에 연명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며 “쉽지 않은 용기고 쉽지 않은 상황 속에서 15명이 모인 건 아직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은 학우들이 많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준비 기간이나 연명을 받는 기간이 짧아 아쉬움도 든다”고 말했다.

 

“자유롭고 건강한 정치 참여할 수 있길”

정치적 표현에 있어 대학생들이 건강한 방식으로 자유롭게 정치 참여를 할 수 있는 사회가 되면 좋겠다는 의견도 있었다. 박씨는 “정치 표현은 헌법에도 보장되어 있는 당연한 권리인데 학내에서는 이야기할 때 정치적 의사 표현들이 금기시되는 고정관념이 있는 것 같다”며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고 참여도 할 수 있는 사회가 되면 좋겠다”고 전했다. 재학생 ㄷ씨는 “대학에서 정치 이야기를 하면 안 된다는 분위기가 가로막고 있을 뿐이지 사실 목소리를 내고 싶은 친구들은 더 많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시국선언문 낭독과 기자회견은 지난달 14일 오전 11시 45분 인문대 1호관 앞에서 진행됐다.

대학 교수들의 시국선언은 가천대를 시작으로 △경희대·경희사이버대 △숙명여대 △인천대 △한국외대 △한양대 △충남대 △가톨릭대 △공주대 등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지난 14일에는 국민대와 고려대 교수들이, 21일에는 연세대와 이화여대, 동국대 교수들이 시국선언에 나섰다. △서울대 △경남대 △성균관대 △창원대 등은 학생을 중심으로 정부 규탄 대자보가 붙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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