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투자자 유출…환율 상승에 영향
세월호·이태원 참사가 10·20세대 참여율 높여
탄핵 촉구 집회, 20대 여성 비중 제일 높아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방위비·관세 인상 정책 대응 △해외 투자자 유출 △시위문화 변화 등 정치·경제·사회 모두 파장을 입었다. 11일 만에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면서 한덕수 국무총리의 권한대행 체제가 시행됐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만 남은 현재 앞으로의 상황은 어떨까. △진활민 정치외교학과 교수 △소준철 역사문화연구센터 학술연구교수 △송재도 경영학부 교수 △임현준 경제학부 교수의 조언을 들어봤다.
트럼프의 관세·방위비 정책 대응 어려워
진 교수는 “한덕수 국무총리의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는 국내에서 최소한의 통치 행위만 하므로 트럼프 행정부와 협상에 있어서 불리한 조건을 가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트럼프 행정부의 방위비·관세 인상 정책에 선제 대응할 수 없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권한이 부재한 상황 속에서 내년 1월 20일 미국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대통령의 2기 행정부 취임식을 기점으로 체제가 바뀌게 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운동 기간부터 국가 예산에서 국토방위를 위해 지출하는 경비인 방위비 확대를 주장했다.
대미 수출 비율이 높은 우리나라의 경우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에 큰 영향을 받는다. 임 교수는 “국내에서 제품을 만들기 위해 원자재를 수입할 때 비용이 훨씬 늘어나게 된다”며 “수출품은 해외에서 판매되더라도 가격이 하락하는 반면 수입품은 가격이 상승해 국내 생산성
과 수익에서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송 교수는 “세계 무역질서가 재편되는 과정에서 국익을 추구하는 외교정책의 혼선과 대응 지연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국내 기업의 의사결정도 지연된다”고 말했다.
투자 불확실성…해외 투자 자금 유출
현재까지는 대한민국의 국가 신용 평가는 안정적인 단계다. 임 교수는 “우리나라는 지수를 유지하고 있지만 사태가 장기화로 판단된다면 신용등급이 하향될 가능성이 존재한다”며 “국가 신용등급이 떨어지면 기업과 정부가 해외에서 자금을 조달하기 어렵고 조달하더라도 자금 조달 비용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국가 신용평가는 해외 투자자가 투자 여부를 결정하는 요인 중 하나로 △무디스(MOODY’s Investors Service) △S&P(Standard & Poors) △Fitch(Fitch Ratings) 등 국제 신용평가기관의 신용평가다.
해외 투자자의 입장에서 투자의 불확실성은 해외 투자 자금 유출로 이어진다. 해외 투자 자금 유출에 영향받아 환율이 급등하게 된다. 이는 곧 국내 가계와 기업의 소비에도 영향을 미친다. 임 교수는 “가계 입장에는 미래 상황 예측이 불투명해 저축을 우선으로 하게 돼서 민간 소비가 위축된다”고 말했다. 이어 “경기 상황에 따라 투자 자금을 회수하지 못하게 된다면 기업은 투자를 자제하고 생산성이 저하된다”며 “민간 소비나 기업 설비 투자가 위축되면 경기가 급격하게 위축된다”고 말했다.
임기응변적 대응보다 장기적 정책 필요
계엄 사태로 인해 1987년 민주화가 공고화된 이후 민주주의 제도적·실질적 취약점이 드러났다. 진 교수는 “지지율이 낮은 상태에서 대통령이 독단적으로 계엄령을 선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제왕적 대통령제’를 보여주는 사태”라며 “군사 독재가 종료된 이후 문민 통제가 확립된 이후에 벌어진 계엄 사태는 특정 인맥이 군 요직을 독식하는 점에서 군에 대한 민주화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 3고 상황에서 위축된 내수 침체 문제에 대해 송 교수는 “금융정책을 통한 단기적 부양 등 임기응변적 대응보다 노동력과 자본을 더 높은 부가가치 영역으로 이동시키는 장기적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10·20세대, 정치 무관심이 아닌 끌어가는 주체
형형색색의 응원봉과 특색있는 깃발. 성소수자, 장애인 인권, 비정규직 등 여러 집단이 나서서 목소리 내는 등 사회와 시위문화에도 변화가 일어났다. 민중가요와 K-pop이 공존한 집회 현장처럼 이전 세대와 새 세대가 함께하는 과정에서 충돌은 없었다. 여러 세대의 목소리가 모여 하나의 구호를 외쳤다. 경직되고 개인이 참여하기 어려운 기존 시위에서 벗어나 누구나 참여하고 축제처럼 즐길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진 교수는 “학교에서 배운 민주주의의 역사와 <서울의 봄> 등 영화나 드라마로 봤던 일이 미디어 플랫폼을 통해 실시간 중계되는 모습을 보고 심각성을 더욱 강하게 인식한 것 같다”고 말했다.
세월호, 이태원 참사까지 겪으며 보호받지 못하고 안전하지 못한 국가, 사회가 시민의 인식에 뿌리 잡았다. 소 교수는 “세월호를 겪고 난 후에 우리는 안전한 국가 혹은 국가의 보호, 생명이 안전한 사회를 바랐다”며 “수많은 사건을 경험하며 모두 기억하고 있고 그 속에서 살아가다 보니 사람의 안전을 돕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집회는 불확실한 사회 안에서 안전을 만들어 보겠다는 사람의 직접적인 참여 연대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탄핵 촉구 집회에는 20대 여성의 비중이 가장 높았다. 소 교수는 “10·20대 여성의 참여는 2016년 강남역 살인사건 여성 혐오 범죄에서 사람들이 모였던 것이 기점이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