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개 총학 공동 시국선언문 낭독
“대학생 모일 수 있는 장 생겨 감사”
“도움 주고 싶다는 마음으로 집회 나와”
“우리 같이 놀아요~ 탄핵하며 놀아요~” 인디 밴드 ‘갤럭시익스프레스’의 연주에 맞춰 노래를 부르는 모습은 마치 무대 공연을 즐기는 대학 축제 현장 같았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재표결을 하루 앞둔 지난 13일 오후 6시, 전국에서 약 6천명의 대학생들이 서울 서대문구 신촌 연세로에 모였다. ‘전국 대학생 총궐기 집회’(집회)가 열린 신촌은 1987년 이한열 열사가 피격되는 등 6월민주화항쟁을 상징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서울이 추워도 총칼의 차가움 잊을 수 없어”
한국대학총학생회 공동포럼 사무처 등이 주관한 집회에는 전국 19개 대학 총학생회(총학)가 참여했다. 우리 대학을 포함하여 전국 44개 총학이 연명한 공동 시국선언문을 낭독하기도 했다. 이들은 “나라를 분열시키고자 헌법을 위반한 대통령과 계엄 관계자들을 조속히 퇴진시키고 그에 대한 책임을 명백하게 물어야 한다”며 “대학에서 학문을 탐구하고 정의를 추구하는 미래세대로서 이번 사태를 절대 좌시하지 않고 윤석열 대통령과 계엄 관련자들의 책임을 계속해서 요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깃발과 현수막을 들고 대학 단위로 오는 곳도 많았다. 그중에는 막 학생총회를 마치고 온 대학도 있었다. 박서림 이화여대 총학생회장은 “방금 학생총회를 마치고 약 800명의 이화여대 학생들과 함께 집회에 참석했다”며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에 따른 탄핵 요구안과 향후 대응 논의 안건을 의결하기 위해 열린 학생총회에서 재학생 2,400명 이상의 찬성으로 안건이 가결되었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고려대 △동덕여대 △부산대 △충북대 △한국외대 등 여러 대학 대표자 및 일반 학생이 무대에 올라 발언했다. 이창준 부산대 총학생회장은 “서울이 확실히 부산보다 춥다. 그러나 비상계엄 당시 국회를 점거하려 한 군인 총칼의 차가움을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응원봉, 책 <소년이 온다> 등 다양한 집회 물품
학생들은 각자 다양한 방법으로 집회에 참여하고 있었다. 거리 대부분을 채운 건 응원봉, 손팻말, 깃발 등 집회 물품을 손에 들고 “윤석열 퇴진”을 외치는 대학생들이었다. 가수 인피니트와 세븐틴 응원봉을 들고 온 서울대 장서연(공예·21)씨는 “학교에서 내려온 공문에 집회 반응 가능 물품으로 응원봉이 쓰여있었다”며 “밝은 무언가를 들고 와야 할 것 같아 응원봉을 들고 왔다”고 말했다.
올해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 책을 들고 온 연세대 유미르(국어국문·22)씨는 “국가에 의한 폭력이 문학 속에서의 재현이 아닌, 현실에서 또다시 반복되고 있다는 게 놀라워 거리로 나오게 됐다”고 말했다. 그가 <소년이 온다>를 들고 온 이유는 다만 혼자 집회에 나오면서 시간이 날 때 읽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계엄과 5·18 민주화운동에 관한 책이기 때문에 여기선 응원봉이나 깃발처럼 하나의 상징성을 띨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행렬 맨 뒤쪽으로 이동하니 보다 다양한 시위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커다란 북을 들고 치는 학생 △‘대학생이 한동훈 잡으러 옴’이라는 팻말을 들고 한동훈 코스프레를 한 학생 △윤석열 퇴진 손팻말을 나눠주는 집회 스태프 △떡볶이, 풀빵 등을 무료로 나눠주는 대학생 응원마차도 있었다. 집회 스태프로서 교통 관리를 하고 있던 KAIST 박정훈(새내기과정·24)씨는 “비상계엄이 선포되고 뉴스를 통해 많은 대학생이 여의도에 나와 있는 걸 보았다”며 “과학도로서, 대학생으로서 목소리를 내고 도움을 주고 싶어 스태프로 지원했다”고 말했다. 이어 “대전에 있을 땐 목소리를 내고자 하는 대학생이 이렇게 많은 줄 몰랐다”며 “서울에 올라와 보니 전국 대학생들의 민심이 어떤지 알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서울시립대 23학번 김가은씨는 "집에서 뉴스를 통해 실시간으로 상황을 지켜보는데 여의도 앞에 모인 국민들, 그분들을 위해 카페 선결제를 하는 분들 등 도움을 주는 분들이 너무 많았다"며 "집에 가만히 있지 않고 도움을 주고 싶다는 마음으로 집회에 나왔다"고 말했다.
학생 발언 이후에는 서강대 음악 동아리 ‘맥박’과 ‘킨젝스’의 공연이 있었다. 가수 ‘호미들’과 밴드 ‘신인류’ 또한 큰 호응을 얻었다. 집회는 오후 6시부터 약 4시간가량 진행됐다.
